최면이란 무엇인가?
최면은 심신이 이완된 고도의 집중상태이나 트랜스(trace)상태, 즉 의식은 협착되고 무의식의 활성화가 이루어진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몸과 마음이 이완되어 긴장이 풀리고 느슨해진다. 최면상태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나타난다.

* 스트레스 해소에 대단히 효과적이고, 집중력이 고도로 높아지며,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향상된다
* 고도의 정신 집중에 의한 인지처리 능력이 감소에 따라 압축되어진 속도의 차를 극복하게 되며, 광범위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순간이동이 가능해진다.
* 공간 인식력과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등 기억력 증가, 상상력, 창의력 등을 담당하는 우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최면은 서로 신뢰하는 믿음 (rapport)이 전제가 된다. 최면사는 상대방의 협조와 동의하에 rapport를 형성하며 최면에 들어간다. 최근 최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최면을 마술이나 미신으로 잘못 알 고 있으며 아직도 최면 선진국에 비해 인식부족으로 인하여 왜곡되어지는 부분이 있다.



건강을 위한 강력한 테크닉

건강을 다스리는 시술로서의 최면은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도 시술했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승려들은 트랜스와 암시를 사용하여 병자들을 치료했다. 그러나 중세 유럽에서는 트랜스를 유도할 능력을 가진 자를 요사한 마술사로 취급했다. 19세기에 와서는 최면을 지나치게 신비한 쪽으로 본 나머지 그것을 보는 관중의 일부는 시술자가 사전에 짜고 행하는 눈속임이거나 마술사의 소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최면의 효과를 입증하는 실험 데이터와 임상실험 결과가 현실적으로 수없이 제시됨에 따라 최면이 고통이나 공포증 또는 습관을 통제하는데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최면은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실히 증명되었다. 다음과 같은 실험 예가 있다. 일단의 의학도들에게 강력한 진정제인 설파실을 보통 졸립거나 혼수상태가 될 수 있는 양으로 정맥에 주사하였다. 학생들에 대한 실험은 사전에 최면상태에서 그 약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암시를 받은 후에 실시되었다. 주사 후 얼마 안 되어 대상 학생들에게 공간지각, 근육신경 등에 대한 반응시험을 실시한 결과 모두가 각성상태에 있었고 예민하게 정상인 반응을 보였다. 며칠 후에 같은 학생들에게 최면시술을 하지 않고 전보다 훨씬 소량의 설파실 진정제를 주사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전과 똑같은 반응 실험을 해내지 못하였으며 그 중 일부는 실제 실험 중에 마취되어 잠에 빠져 버렸다.



학습과 치료 효과를 높이는 최면

최면은 학습 분야에서도 큰 가치가 있다는 실험사례가 있다. 보통의 의식에서는 능력 발휘란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면 조건에서 후최면암시를 이용하면 놀라울 정도의 능력 배가가 가능하다. 최면이 지적 능력의 극적인 증가를 가져온 실험 예가 있다. 최면연구가이기도 한 어느 대학의 수학 교수가 한 학생을 깊은 최면 트랜스로 유도하여 “최면에서 깨어나면 계산문제가 나옵니다. 당신은 최고의 속도와 정확성으로 계산합니다.”라고 강력하게 암시하였다. 피최면자는 트랜스에서 깨어나자 계산문제를 받게 되었고 20분 동안에 될 수 있는 한 많이 하도록 교시되었다. 결과는 평소 같으면 2시간 걸리는 계산을 20분 동안에 정확히 완성해 낸 것이었다. 모스크바 키에프 의과대학 교수인 로자노프는 정상 환경에서 외국어를 1시간에 20단어 익힐 수 있는 사람이 최면을 이용한다면 그 5배인 100단어를 외울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최면의 진가를 나타내는 치료는 통증억제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 텍사스주 ‘부룩크 육군의료원’에서 화상 환자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긍정적이고 즐거운 심상을 환기시키는 암시를 주는 최면이 환부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죽은 세포를 닦아내고 잘라내는 치료에 있어서 고통을 덜어주는데 필요한 진통제의 양을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편두통 환자도 최면시술로 그 증상이 거뜬히 없어졌다. 23년 동안이나 편두통, 그것도 하루에 6시간이나 지속되는 두통으로 고생하던 51세의 한 남자 환자는 두통 때문에 쓰던 진통제의 양을 거의 제로로 줄일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심한 두통을 앓아온 38세의 여인도 최면의 도움으로 아픈 증세를 말끔히 해소시켰다. 영국에서는 편두통 환자에 대한 1년여의 연구 조사에서 통증을 제거하는 최면이 약물치료보다 3배나 더 효과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불면증, 공포증, 불안신경증, 고혈압, 혈우병, 천식, 성기능장애, 언어장애 등에 모두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미국의 경우 이와 같은 임상결과는 최면을 이용하는 의사의 수를 지난 10년 사이에 배로 불어나게 만들었다. 이제는 하버드, 스탠포드 대학 같은 권위 있는 의과대학에서도 최면을 교과과정에서 가르치고 있다. 오늘날 최면은 다시 각광받는 때를 맞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최면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를 배워 이용해 보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그리고 한동안 외면해 오던 의학계에서도 상당수의 의사가 최면을 배워 의료에 적용하고 있다.



최면은 타인의 제어를 받는 게 아니다

피최면자에게는 아무것도 가한 것이 없다. 트랜스 능력은 타고난 소질이다. 피아노를 치는 소질같이 연습을 통해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최면시술자는 피최면자 자신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이용하도록 도와줄 따름이다. 그래서 최면은 원리와 기법만 알면 자기 혼자서도 가능한 것이다. 최면에 걸린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반대로 지능과 집중력을 나타내는 표시이다. 트랜스 상태에 가장 잘 빠지는 사람은 상상을 생생하게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너무 분석적이고, 현실 검토 적이며, 의심이 많고 부정적인 인사고 패턴이 강한 사람들은 최면에 유도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인구의 90%는 어느 정도의 깊이까지는 최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최면은 심리적 현상일 뿐 아니고 생리적 현상이기도 하다. 스피겔 박사(미국 스탠포드 대학)는 최면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측정 가능한 뇌파의 변화가 일어나며, 뇌파 변화의 일부는 트랜스 상태에서 뇌파측정기에 나타나게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최면상태가 되면 뇌에서 통증을 완화하는 진정제, 즉 엔돌핀이라는 화학물질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연의 훌륭한 약인 이 엔돌핀은 진정작용 뿐만 아니라, 혈액 속의 T림프구를 강화시켜 인체의 저항력을 높여주는 물질이기 때문에 최면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최면이란 분석하려는 마음을 중립으로 돌리고 인상을 가지려는 마음을 앞으로 내세우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뇌는 비판적 판단이나 논리적 사고에 의한 검열을 받지 않고 언어 암시를 직접 받아들이게 되며, 따라서 암시가 인체에 물리적 변화, 즉 혈압, 피부 온도, 지각 감각 등의 변화까지도 직접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황홀한 무아의 경지

최면상태로 도입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아직 최면에 들어가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그 미지의 세계를 한번 체험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엇인가 두려워서 망설여질지도 모른다. 피최면자들이 술회한 최면상태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을 대강 소개하고자 한다. 최면으로 들어가면 잡념 이 줄어들고 심신이 느슨해지며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근심, 걱정, 불안도 사라지고 신체적인 고통도 환화 내지 무통상태가 되며 굉장히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최면의 심도가 깊어졌을 때는 기분이 정말 황홀해지고 몸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몸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부유감을 느끼게 된다. 즉 무아의 경지로 빠지게 되는데 피최면자는 이 상태가 너무 좋아서 계속 그대로 머물러 있고 싶어 한다. 그래서 최면에서 깨우려는 암시를 받게 되면 깨어나지 않으려고 저항을 보이는 경우도 가끔 나오게 된다. 이럴 때는 “깨어난 후에도 당신의 기분은 지금 상태 못지않게 대단히 기분이 평온하고 상쾌해진다.”라고 보증을 한 후, 각성암시를 주면 암시를 순순히 받아들여 최면에서 깨어나게 된다. 최면상태에서는 여러 가지 깜짝 놀랄 만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한 발짝도 걸을 수 없게 할 수도 있고, 전신을 나무토막처럼 강직시켜 의자 등받이 위에 교량처럼 걸쳐놓고 그 위에 장정이 올라타도 끄떡없게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을 인교술(人橋術)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인교술은 최면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무대최면에서 가끔 보일 때가 많은 데 최면의 이미지를 해칠 우려가 있어서 근래 와서 필자는 되도록 시연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또한, 최면은 피부를 돗바늘로 관통해도 조금도 아픔을 모르게 할 수 있고, 지혈도 시킬 수 있다. 담배 맛이 갑자기 쓰게 느껴지고 역겨운 냄새가 나서 못 피우게 만들 수도 있으며, 평소 혐오감 때문에 먹을 수 없었던 식품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은 최면상태에서뿐만 아니라 최면에서 깨어난 후에도 암시효과가 지속되게 하여 나쁜 습관을 개선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잊어버리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불쾌하다든가 고통스러운 일에 대한 기억은 우리의 기분을 해칠 때가 많다. 당신이 그것을 잊고 싶으면 후최면암시로 각성 후에도 망각이 되어 생각이 안 나게 할 수 있다. 또 연령퇴행법이란 것을 쓰면 과거로 퇴행이 가능하며 지금은 까맣게 잊어버려 보통 의식에서는 회생이 불가능한 유아시절의 기억까지도 되살려 낼 수도 있다. 지각 과민의 깊은 최면상태에서는 손가락 감각으로 명함의 글자를 만져서 읽어내는 것이라든가 단지 후각만으로 소지품의 주인을 알아맞히는 것, 그리고 투시, 텔러퍼시 실험도 가능하다.



최면은 잠과는 다르다

앞에서 말한 최면 현상 중에는 믿기 어려운 것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제의 현상이며 엄연한 과학적 바탕 위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비롭다는 것은 아직 최면의 원리를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며 그 원리를 알고 나면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최면에 유도된 사람은 잠자는 것 같이 보인다. 그래서 최면을 일종의 수면 같은 것으로 알기 쉽지만, 최면이란 수면과 확실히 구분되는 독특한 상태이다. 수면은 의식이 주위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지만 최면의 경우는 부분적으로 고립될 뿐이다. 말하자면 최면상태는 방을 완전히 닫아 놓고 최면자를 향한 작은 창문만을 열어 놓은 것과 같은 상태이다. 의식 활동이 감퇴되고 무의식 부분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무의식(잠재의식) 상태라고 말할 수 있지만 순전한 무의식 상태로 빠지는 것은 아니다. ‘트랜스’라고도 부르는 이 상태는 피암시성이 항진되어 있기 때문에 암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고 잠재의식을 다스리고 숨은 능력을 일깨우는 것이 가능하다. 최면에 들어가면 정신적으로 어떤 부작용이라도 나지 않을까 막연히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코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최면을 받고 나면 잡념에서 벗어나 집중력이 높아지고, 긴장이나 불안이 해소되며 활력을 얻게 되고, 평온한 마음상태가 되므로 정신건강에 매우 유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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